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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득진 박사 칼럼] 사이버 민주주의, 시민이 주체인가 객체인가
  • 최득진 법학박사
  • 등록 2025-05-28 14: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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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자본주의 속에서 시민은 감시 대상인가 권력 주체인가
  • ‘미네르바 사건’과 ‘위키리크스’가 말해주는 사이버 공간의 공공성과 권력
  • 사이버 커뮤니티와 지적재산권, 민주주의의 미래를 묻는다
최득진 국제법학 박사
서울 경성고등학교 졸업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법학연구과 졸업
전, 대학교수
현, (주)AXINOVA 대표
이노바저널 대표 및 주필
AXINOVA 연구개발원 원장
MSC 국제 지도사
챗GPT인공지능 1급 지도사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원


2008년 말 미네르바 사건과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정보사회에서 ‘시민’의 정체성과 권리를 다시 묻게 했다. 정보의 주체로서 시민은 과연 민주주의의 심장인가, 아니면 데이터로 전환된 객체인가.


사이버 민주주의는 정보기술을 통해 정치적 참여와 사회적 의사소통이 확장된 민주주의의 새로운 얼굴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진화인지, 또는 감시와 통제의 또 다른 형태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008년 한국의 ‘미네르바’ 사건은 이 지점에서 상징적이다. 한 네티즌이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경제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인기를 끌던 그는 돌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사건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 정보의 신뢰성, 권력과 정보의 관계를 통렬하게 드러냈다.


같은 시기, 전 세계적으로는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외교문서를 폭로하며 정보 투명성과 공공의 알 권리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을 촉발했다. 시민은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하게 되었지만, 그들이 직접 정보의 생산자이자 분배자, 결정권자가 되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오히려 시민은 알고리즘과 메타데이터 속에 대상화된 채, ‘정보 소비자’로만 머물러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적 접근권’은 단순한 인터넷 이용 권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질적 조건이 된다. 정보는 더 이상 개인의 사적 자산이 아니라 공적 자산으로 재정의되어야 하며, 시민은 그것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는 ‘지적재산권’이라는 이름 아래 사유화되며, 정보 자본주의는 정보의 독점과 배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사이버 커뮤니티의 자율성과 민주주의의 생태를 위협하는 구조다.


디지털 공간은 집단 지성의 실험장이자 감시 자본주의의 실험장이다. 사이버 커뮤니티는 새로운 공론장의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자율성, 투명성, 접근성은 점차 기업과 국가의 관리체계로 흡수되고 있다. 시민은 ‘정보 객체’가 아니라, 정보의 생산과 통제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로서의 권리를 획득해야 한다.


사이버 민주주의는 단순히 기술로 구현된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정보에 대한 공공적 접근, 커뮤니티의 자율성, 지식 공유의 윤리를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한 것이다. 시민이 다시금 정보의 주체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 때, 지식정보사회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미래를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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