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용기 인포그래픽(출처: 과기부 제공)
한국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서 핵심 부품인 진공용기 섹터의 조달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핵융합 에너지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ITER 건설 및 운영을 위해 우리나라가 담당한 진공용기 섹터 제작이 마무리되었음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은 핵융합 에너지 실증을 위한 세계 기술 경쟁에서 중요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핵융합 핵심 부품, 진공용기의 역할과 중요성
ITER의 진공용기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고진공 환경을 제공하는 핵심 설비이다. 총 9개로 구성된 이 부품은 각 섹터가 높이 13.8m, 무게 약 400톤에 이르는 초대형 구조물로, 모두 조립 시 약 5000톤에 달한다.
진공용기 제작 과정은 매우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한다. 각각의 섹터는 4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제작되며, 이를 결합하기 위해 총 1.6km 이상의 용접이 필요하다. 또한, 내벽 부품을 오차 없이 조립하기 위해 수 밀리미터 이하의 엄격한 공차를 유지해야 한다.
한국의 기술력과 국제적 기여
한국은 원래 9개 섹터 중 2개를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유럽연합(EU)의 제작 지연으로 2016년 2개 섹터를 추가로 담당하게 되었다. 이번 조달 완료로 한국은 총 4개 섹터를 성공적으로 제작하며 약 1200억 원 규모의 해외 수주 성과를 거두었다.
2020년 첫 번째 섹터를 완성한 이후, 한국은 매년 차례로 섹터를 조달하며 높은 품질과 시간 준수를 통해 신뢰성을 입증했다. 현대중공업이 중심이 되어 제작한 진공용기는 ITER 프로젝트의 주장치 조립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진공용기 두 번째 섹터 완공(21')
진공용기 네 번째 섹터 완공(24')
ITER 프로젝트와 한국의 전략적 목표
ITER 프로젝트는 핵융합 에너지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협력 연구개발(R&D) 사업이다. 한국을 포함해 EU,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 중이다. 한국은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핵융합 분야의 기술력을 단기간 내 확보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조달 완료를 기념하기 위해 21일 프랑스 현지에서 개최된 기념식에는 ITER 사무총장 피에트로 바라바스키를 비롯한 7개 회원국의 관계자 약 200명이 참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황판식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핵융합 실증로 건설 시장에서 한국의 지도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융합 에너지의 미래와 한국의 역할
핵융합 에너지는 태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원리를 기반으로 하며,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지구에 풍부한 수소를 원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자원 고갈의 우려가 적고, 핵분열 원자력에 비해 폐기물 발생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핵융합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을 수립하고 기술 개발 및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번 ITER 프로젝트의 진공용기 조달 완료는 이러한 전략의 실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차관은 “ITER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핵융합 기술은 앞으로 다가올 핵융합 실증로 건설 시장에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핵융합 에너지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ITER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활약은 핵융합 에너지 실현을 앞당기는 동시에,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