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교수(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관 선출과 관련해 "정파간 나눠먹기 관행이 헌법의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민주적 정당성과 국민적 신임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9인 재판관 구성 방식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현행 헌법재판소의 ‘나눠먹기식 구성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민주적 정당성과 국민적 신임 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은 대통령이 임명하되, 국회가 3인을 선출하고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방식은 헌법재판소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국민적 신임이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체계가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여야 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음을 설명하며,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대법원 아래로 낮추기 위해 고안된 임시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특히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 관행을 문제 삼았다. 그는 "국회가 각 정파의 추천권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헌법재판관을 선출해 왔다"며, 이러한 나눠먹기 관행이 헌법재판소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파 간 이해관계에 따라 임명된 재판관이 특정 정파의 이익에 맞게 헌법을 해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가 국민적 신임을 충분히 얻지 못한 상태에서 탄핵심판권 등 막강한 헌법재판권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의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교수는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정은 국민의 선택을 무효화하는 행위인 만큼, 헌법재판소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사례를 통해 ‘나눠먹기식 구성방식’의 폐해를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과 국회가 각각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되지만, 정치적 극한 대립 속에서 위원회의 기능이 마비되는 일이 빈번하다. 이 교수는 이러한 구성을 헌법재판소에도 적용할 경우 정치적 투쟁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선 방안으로 그는 "헌법재판관 선출 시 정파 간 합의를 통해 국민적 신임을 온전히 확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법 개정을 통해 국회와 대통령이 협력하여 재판관을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회가 상대 정파가 반대하는 후보자를 선출하지 않는 정치적 협약을 맺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헌법재판소가 특정 정파에 종속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재판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인호 교수의 주장은 헌법재판소 구성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구한다. 그는 정치적 타협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헌법재판소가 국민적 신임과 민주적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회와 정치권이 나눠먹기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정신을 준수하고 정치화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