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의결하며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인권 보호와 정치적 중립성 간의 충돌이 부각되며 인권위 내부와 시민사회에서도 찬반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방어권을 보장할 것을 헌법재판소에 권고하는 의견을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재적 위원 11명 중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통과됐으며, 헌재에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과 적법 절차의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안건은 계엄 선포로 인한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권고의 일환으로 발의됐으나, 정치적 해석과 인권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용원 상임위원이 발의한 이번 안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와 적법 절차를 요구하는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철회와 대통령 권한대행 복귀 등 정치적 함의를 포함하고 있다. 안건은 한 차례 시민단체와 내부 직원의 반발로 상정이 연기된 바 있으나, 수정된 형태로 이날 의결됐다.
찬성 측 "대통령도 국민으로서 인권 보호받아야"
찬성 입장을 밝힌 안창호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 부족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신분을 이유로 인권 보호를 소홀히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용원 상임위원도 "계엄 정당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석훈 비상임위원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통치 행위로 간주할 수 있으며, 이를 탄핵 사유로 삼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헌재의 판단 과정에서 적법 절차 준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 "정치적 해석 불가피, 인권위 권한 초과"
그러나 반대 측은 인권위의 이번 결정이 인권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정치적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직 비상임위원은 "인권위는 정치적 사안이 아닌 순수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정치적 해석의 가능성을 문제삼았다. 그는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법적 문제이며, 인권위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원민경 비상임위원 역시 “인권위가 계엄 선포라는 민감한 사안을 다루며, 탄핵 심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이 이번 권고안을 계엄 옹호로 해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사회와 법조계 반응 엇갈려
인권위의 권고안에 대해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일부 인권단체들은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나, 계엄과 관련된 사안을 인권위가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법조인들은 “대통령이든 일반 시민이든 탄핵 과정에서도 엄격한 법적 절차와 인권 보호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권고안은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국민 통합과 신뢰 회복이 관건
이번 권고안이 헌법재판소에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민적 신뢰 회복과 통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 평론가 이 모 씨는 “인권 보호라는 명분이 정치적 해석으로 변질될 경우, 오히려 국민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인권위는 향후 권고안의 구체적 실행 여부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권고안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사건에 인권 보호의 원칙을 적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정치적 논란과 인권위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제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관계 기관이 권고를 어떻게 수용할지, 그리고 국민적 신뢰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