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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교수 칼럼] 헌재, 억지 비교로 재판 왜곡?… 임명보류 권한쟁의심판과 과거 사례는 완전히 다르다
  • 이인호 교수
  • 등록 2025-02-20 10:53:23
  • 수정 2025-02-20 10: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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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회의 의결 없이 진행된 행정소송은 이번 재판관 임명보류 권한쟁의심판과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다.


- 헌법재판소는 비교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원용(援用)해서 재판의 전거(典據)로 삼아 결론을 비틀어서는 안 된다 - 


                                 이인호 교수(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


헌법재판소는 2월 10일 헌법재판관(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심판에서 2차 변론(辯論)을 열고, 국회의 의결 없이 국회의장이 임의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이 ‘청구인적격’의 소송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이 글에서는 변론 과정에서 모호하게 제기되었던 중요 논점 한 가지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과거 국회가 실질적인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행정소송에서 국회 의결 없이 소송이 진행된 사례가 있었는데,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이 그 사례와 같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르다고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논점이다. 아래에서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논증하고자 한다. 


변론 마지막 무렵에 재판관 한 분이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대통령 권한대행)의 대리인에게 각각 물었다. 먼저 청구인 대리인에게 묻기를, 과거 다른 사건에서 국회가 ‘사실상 원고’가 되어 행정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 그 소송에서 국회의 의결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재판관은 두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하나는, 서울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도로 사용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형식적인 원고는 대한민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회가 청구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한강사업본부장을 상대로 청구한 ‘하천 점용료 부과처분 취소소송’이다. 이 두 행정소송에서 국회의 의결이 있었느냐고 물은 것이다. 


청구인(국회) 대리인은 ‘국회의 의결이 없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이를 받아, 재판관은 피청구인(대통령 권한대행) 대리인에게 물었다. 이들 행정소송에서 국회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해서 소송을 제기했고 국회의 의결 없이 소송이 진행되었으며 판결까지 내려졌는데, “이들 사건과 이번 권한쟁의심판은 무엇이 다른가? 같은 것인가?”라고 물었다. 행정사건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판관의 갑작스런 질문이었지만, 피청구인 대리인은 ‘권리 침해’와 ‘권한 침해’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적절히 답변했다. 아쉽게도, 변론에서 더 이상의 법리 공방이 전개되지 않아 여기서 이 쟁점을 보완해 본다. 


위 재판관이 지적한 ‘도로사용 변상금 사건’은 국회가 벚꽃 길로 유명한 윤중로를 침범해서 담장을 설치한 것이 문제된 사안이다. 서울시 영등포구청장이 국회에 담장 철거를 요구했지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2007년에 구청장이 변상금 부과처분을 내렸고, 정부가 이를 행정소송으로 다툰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서울행정법원 2007구합41024)의 원고는 대한민국이고, 피고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청장이다. 


또한 ‘하천 점용료 사건’은 국회의사당의 한강둔치에 국회가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국회와 서울시 간에 하천점용료를 놓고 다툼이 생긴 2015년의 사건이다. 이 사건(서울행정법원 2014구합62715)의 원고 또한 대한민국이고, 피고는 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장이다. (이상 법원포털의 사건검색 메뉴에서 확인함) 


이들 사건과 이번 권한쟁의심판은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법률가가 아니어도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위 두 행정사건은 법적으로는 대한민국과 지방자치단체(서울시) 간의 권리 분쟁이다. 물론 실질적인 당사자로서 국회는 대한민국 기관으로서 소송에 보조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국회의 의결이 필요한 사건도 아니고 또 국회의장이 원고로서의 적격을 가지는 사안도 아니다. 만일 국회가 소송수행에 참여한다면, 국회 행정사무와 재산관리의 장(長)으로서 국회사무총장이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이 관여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권한쟁의심판 사건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보류함으로써 ‘국회’가 갖는 헌법상의 권한인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사건이다. 민사소송의 일반 법리에서 관리처분권을 가진 자가 ‘당사자적격’이 있다.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가진 자는 ‘국회’이고 따라서 ‘국회’가 권한침해를 다툴 수 있는 청구인적격을 가진다. 국회의장은 권한 침해를 당한 당사자가 아니다. 


따라서 국회는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의결’을 통해 청구하지 않는 한, 국회의장이 임의로 청구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는 각하될 수밖에 없다. 흠결의 보완도 불가능하다. 변론에서 피청구인(대통령 권한대행) 대리인이 적절히 주장한 바와 같이, 만일 국회의 의결 없이 국회의장이 임의로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 국회의 의결이 부결된 경우에도 국회의장이 임의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되는데, 이는 명백히 부당한 결론이 아닐 수 없다.     


변론에서 헌법재판관이 과거의 행정소송과 이번 권한쟁의심판의 명백한 차이를 알면서 확인차 질문한 것인지, 아니면 모호해서 질문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양자의 차이는 모호하지 않고 명백하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이 명백한 차이를 무시하고, 비교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원용(援用; 끌어다 씀)해서 재판의 전거(典據)로 삼아 각하 결론을 비튼다면,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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