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출 박사: 전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 부관장, 현 한양대학교미래인재교육원 문헌정보학 주임교수, 이노바저널 논설위원
조선이 멸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폐쇄적인 성리학과 일당 독재의 세도정치라고 할 수 있다. 성리학은 주희가 공자와 맹자를 이어받아 우주 생성 원리를 추가한 학문으로서 마음을 갈고 닦는 좋은 학문이다. 그러나 조선은 사농공상의 계급사회를 유지하기 위하여 인간 불평등을 인정하는 성리학을 백성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그 결과 조선 500년 동안에는 성리학 이외의 학문은 타도 대상이 되어 조선 후기에 나타난 실학이나 서양학문을 수용할 수 없었다. 결국, 외부와의 교류 없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야 했다. 이러한 폐쇄적인 상황 속에서 조선 말기에 등장한 세도정치가들은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국가를 쉽게 통제할 수 있었다. 세도정치는 조선 말기인 1800년 순조 즉위부터 1895년 명성황후 시해까지 95년간 지속되었다.
허약한 국왕을 허수아비로 세워 놓고 외척 세력들은 매관매직과 세금 수탈로 자기 씨족들의 배만 불렸다. 이러한 상황은 조선이 내부적으로 부패하게 만들었으며, 외부의 변화에 눈을 감은 결과 한순간에 일본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세도정치의 그림자가 오늘날 대한민국에도 드리우고 있다. 거대 야당이 마치 조선 말기의 세도정치가들처럼 행동하며, 현재는 조선 말기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오히려 앞장서며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국가를 지탱해야 할 공수처, 법원, 헌법재판소 등이 중립성을 잃어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더 나아가,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대마저 일부 지휘관들이 정치인들에게 휘둘리며 대통령 탄핵에 이용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AI 시대 속에서도 국정을 마비시킨 채 정권 쟁취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의 안보와 경제에 대한 생각 없이 오로지 권력에만 집중하며, 이러한 억지 정권 창출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영원히 존재해야 하며, 정권교체는 국민의 마음을 얻느냐에 달려 있다. 국가안보를 기반으로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좋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한다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지지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조급하게 "너 죽고 나만 살자"는 식의 정치는 결국 모두를 공멸로 이끈다. 공멸의 결과는 언제나 힘없는 국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그때가 되면 국민들은 뒤늦게 후회하겠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은 국민을 더욱 억압하며 불행한 세월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더 이상 왜곡된 언론과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고, 무엇이 진실이며 국가를 위한 길인지 스스로 공부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높은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충분히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
이 시국에 21세기형 세도정치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도 정치인들처럼 "너 죽고 나만 살자"는 방식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살자"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함께 무너지게 되어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더 이상 왜곡된 정보에 흔들리지 않으며, 올바른 정보를 통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거대 야당에게도 기대를 걸어본다. 아무리 권력에 목말라도 왜 기다리지 못하는가? 비가 올 때는 멈춰 기다릴 줄 알고, 파도가 거세면 가라앉기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폭풍우를 뚫고 나갈 시점이 아니라, 잠시 기다리며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할 때다. 야당은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국민들 또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만해 한용운 스님은 감옥에서 조선의 멸망이 내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탄했다. 이제 대한민국이 다시금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정치인과 국민 모두가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통해 대한민국이 더욱 번영하는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