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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에 솜방망이 판결… 법원의 면죄부, 정의에 역행하다
  • 최득진 주필
  • 등록 2025-02-21 16: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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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인도적 행위를 자행한 문재인 정부

♦ 2019년 11월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 2명이 북측에 비인도적으로 강제 북송되는 모습.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며 저항하는 어민의 양팔을 공무원들이 붙잡고 억지로 인계하고 있다.(사진=통일부 제공)


1심 법원,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에 선고유예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1부(재판장 허경무)는 19일,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 2명을 강제로 북한에 송환한 사건과 관련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으며,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일정 기간(보통 2년) 동안 추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형의 선고 자체가 면제되는 조치로, 법조계와 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묻지 않은 ‘솜방망이’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법원의 판단: 귀순 의사 확인했지만 범죄의 흉악성 참작?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북한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송환함으로써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재판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동시에 “북송된 어민들이 동료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선고유예의 이유를 밝혔다. 이와 같은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부정한 것”이라며, 헌법과 국제법에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헌법과 국제법에 따른 보호 의무를 저버린 판결

이번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재판부가 북한 주민인 탈북 어민을 대한민국 헌법상 국민으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며, 제2조는 “국민의 자격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출생과 동시에 취득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탈북 어민들은 법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가지며, 법률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또한, 국제법상 강제송환금지 원칙(Non-Refoulement Principle)은 모든 국가가 자국으로 귀순한 개인을 본국으로 송환할 경우 박해받을 위험이 있을 때 이를 금지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유엔 고문방지협약(UNCAT), 난민지위협약 및 국제인권규약(국제인권규약 B규약 제7조)에 명시된 기본 원칙으로, 범죄 여부와 관계없이 생명과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정부는 이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으며, 송환 후 즉각 처형될 위험을 무시하고 사실상 사형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한 셈이다.


솜방망이 처벌, 정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과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묻지 않은 전형적인 면죄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선고유예가 ‘범죄에 대한 뉘우침이 뚜렷할 때’에만 적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범죄 사실을 전면 부인했음에도 선고유예가 적용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한편, 공안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흉악범이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국가가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재판을 통해 범죄 사실을 입증하고 처벌했어야 하며, 이를 무시한 채  북한으로 강제송환한 것은 헌법적 가치와 국제 인권 규범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인권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헌법과 국제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침해한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들이 형사처벌을 피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판결이라는 평가다.


판결이 남긴 교훈: 법과 정의의 회복을 위한 과제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인권보호 체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으며,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방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특히, 국민의 권리와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인의 생명을 희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사법부는 보다 엄중한 판결을 통해 법치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서는 헌법과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공직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법치주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협될 수 없으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법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정의와 인권의 가치를 다시금 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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