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끝으로 정계를 떠난 홍준표 전 의원. 그의 선언은 단순한 은퇴 그 이상이었다. 수십 년간 한국 정치의 중심에서 싸우며, 때로는 소외되고, 때로는 중심으로 복귀하며 굽이굽이 걸어온 한 정치인의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그러나 그 여정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뚜렷한 궤적을 남겼다.
홍준표는 1954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검사로서 공직을 시작했다. 특히 강력부 검사 시절에는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사회적 화두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5선 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대표, 경남도지사, 대구시장, 대통령 후보 등 입법·행정·정당 정치의 요직을 고루 거쳤다.
그는 “정치를 공학으로 보지 말라”고 했다. 그의 발언 하나하나는 늘 시대의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았고, 대중에게 아부하지 않았다. 다듬어지지 않은 그의 직설화법은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현실 정치에 목마른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정치인 홍준표는 흔히 '괴짜', '직설가'로 불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일관된 국가관과 소신이 있었다. 그는 "할 말은 한다"는 신념으로 국회 안팎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했고, 권력의 외피에 속지 않았다.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에는 ‘빚 없는 경남’을 만들어내며, 재정건전화의 상징적 사례로 기록됐다. 복지 확대와 행정 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한 그의 시정은 지금도 지방 행정 개혁의 모델로 거론된다.
정책적으로는 보수 정치의 정통성과 실용성을 조화시키려 했으며, 안보와 외교에서 강경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국민경제와 청년문제 등 국내 현안에 있어선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늘 “정치는 말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공허한 레토릭 대신 실질을 택하는 길을 걸어왔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나의 시대는 아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나는 내려오겠다.” 이는 단순한 자기 역할의 종료가 아니다. 정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이었다.
그가 남긴 언어와 사상, 그리고 정치적 궤적은 여전히 후배 정치인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특히 정치가 표피적 인기와 이미지에 흔들리는 시대에, 그의 뚝심과 일관성은 더욱 큰 의미로 남는다.
홍준표는 퇴장했지만, 그의 정치 인생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것은 '직설의 정치', '책임의 정치'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다. 향후 한국 정치가 직면할 수많은 위기 앞에서 그의 정치철학은 또 다른 나침반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새로운 정치 지형 속에서 그의 소신과 언어가 다시 회자될 때, 우리는 오늘의 이 퇴장을 진정한 '위대한 출구'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의 새로운 인생 2막 역시 응원받아 마땅하다. 한 시대를 관통한 큰 인물이자 시대정신의 표상이었던 홍준표 전 의원의 용기 있는 퇴장에, 국민적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