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쌀값 하락 시 정부 수매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과 노조 손해배상 책임을 완화하는 ‘노란봉투법’ 등 윤석열 정부에 의해 거부된 법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표심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정치권과 전문가 사이에서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1일 선거운동 연설 과정에서 “쌀값이 폭락해도 정부는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해당 법안은 쌀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자동으로 초과 생산량을 수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곡법은 이미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으나, 정부는 시장기능 왜곡과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며 법안을 반려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에 반발하며 입법 재추진을 천명했고, 이번에 이 후보가 이를 다시 꺼내 들며 총선 전략과도 연결 짓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아울러 노란봉투법 역시 ‘노동권 보호를 위한 입법’이라며 재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21대 국회에서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지만,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이노바저널 그래픽 디자인 삽화
하지만 야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적 수단으로 법안을 반복해 ‘소모적 입법’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입법부가 행정부의 거부 사유에 대해 정책적 설득보다는 대중 선동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은 입법권의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양곡법의 경우 농민단체는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시켜 농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소재의 농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은 가격이 아닌 구조 문제를 봐야 한다”며 “정부 수매를 자동화할 경우 농지 이탈과 생산 조절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 역시 불법 파업을 실질적으로 방조하고, 원청 사용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만을 위한 법’이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노사 간의 대등한 균형을 해치는 편향 입법은 사회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법은 선거용 약속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질서를 조정하는 규범이다. 반복되는 입법 재추진은 국민적 피로감을 유발할 뿐 아니라 정책 일관성과 행정의 신뢰성도 해친다. 정치는 결국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 위에서 평가받는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