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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출 칼럼)헤밍웨이가 제시하는 노인의 삶
  • 김휘출 박사 논설위원
  • 등록 2024-10-04 09: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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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바저널 논설위원 김휘출 박사


21세기 디지털 정보화사회는 많은 경험과 지혜로 충만된 노인들의 위상을 점점 축소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노인이 죽으면 그 마을의 도서관이 사라졌다고 할 정도로 노인들은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은 온갖 정보들로 넘쳐나는 인터넷과 언제 어디서든지 물어볼 수 있는 AI가 노인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더군다나 은퇴를 맞이한 노인들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있는 상황이다. 비록 대한민국은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노인들의 장점을 살리고 체력적 한계를 넘어 액티브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는 새로운 일자리에 재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신의 취미를 살리는 일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모두 살아가는 길은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하나는 30년 넘게 몸담아왔던 관심분야가 있고, 다른 하나는 일정한 수입을 누릴 수 없는 궁핍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상황을 노년생활에 적용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방향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다가오는 세월만 기다리고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직 체력이 남아있다. 그 방향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체력이 떨어진 가난한 노인이다. 


그는 혼자서 바다로 나아가 비록 큰 고기를 잡았지만 상어를 만나 살코기는 다 빼앗기고 뼈대만 남은 고기를 배에 묶어 돌아왔다. 그러나 남들이 들으라고 투덜거리지도 않고 낙담도 하지 않고 그 사실을 혼자서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 이후에도 주인공 노인의 궁핍한 생활은 계속되지만 노인으로서 혼자 바다에 도전했던 사실은 고스란히 몸에 쌓이는 삶을 살아간다. 


1952년에 출판된 소설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고기를 잡으러 자신의 한평생 삶의 터전인 바다로 다시 출항했지만, 오늘날 노인들은 자신이 몸담았던 일터로 돌아가기 어렵다. 


하지만 일터로 돌아가는 대신 인터넷 바다도 있고 책의 바다인 도서관도 있다. 그곳에 가서 큰 물고기를 낚아보자. 그 물고기는 새로운 취미도 될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일 수도 있으며 새로운 여행이 될 수도 있고, 내면에 숨어 있던 자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뼈다귀만 건져올 수도 있지만 그 뼈다귀는 지나간 과거처럼 우리들 몸에 경험으로 남아 있게된다. 헤밍웨이는 이것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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