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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출 박사 칼럼]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과 함께하는 문화생활
  • 김휘출 논설위원
  • 등록 2024-10-11 13:14:46
  • 수정 2024-10-13 18: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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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바저널 논설위원 김휘출 박사

전)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 부관장, 현)한양대학교미래인재교육원 문헌정보학 주임교수


2024년 10월 10일 저녁, 인터넷 속보를 통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제가 상을 받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그날 밤 9시 뉴스에서는 앵커도 밝은 표정으로 이 소식을 톱뉴스로 전해주었고,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며 대한민국이 이제 문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에 감격했습니다. 한 친구와는 막걸리로 축배를 들기로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날 저녁은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기뻐한 순간이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수상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은 적이 있었지만, 한림원의 평가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중 5·18 사건이나 4·3 사건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내용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한림원의 선정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저는 사실 한국 소설에서 느끼는 감동이나 깊은 철학적 사색, 혹은 재미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잘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줄거리를 알게 되면서 한 번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에 경기도교육청에서 이 소설이 청소년들에게 성적으로 유해하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금서로 지정되면 그 지방자치단체 내 모든 학교 도서관에서 해당 도서는 폐기 대상이 되기에, 교육자로서 이 결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제시한 기준을 명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교육자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습니다. 이후 대학 강의에서 금서 목록 중 하나로 '채식주의자'를 다루며 토의했을 때, 적잖이 곤란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비록 청소년들에게는 교육적으로 유해할 수 있지만, 일반 성인 독자들에게는 삶에 대한 깊은 사고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끝까지 읽게 된 몇 안 되는 한국 소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작가로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경험과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외부에서 간섭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만, 오늘날 좌우로 극명히 갈라진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이러한 민감한 현대적 사건들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염려되었습니다. 이제 한강은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와 글 한 줄이 지닌 파급력은 매우 큽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정치적 소재를 벗어나 보편적인 인간애를 다룬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날 독서가 점점 줄어들고 철학이 부재하는 경제 만능 사회에서, 노벨상 수상 작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무한한 행복의 기회입니다. 한강 작가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그의 작품을 읽고 느끼며 삶을 탐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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