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은 기쁨과 슬픔이 얽힌 복합적인 감정의 세계입니다. 한강의 자전소설 『침묵』은 이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자신의 어머니의 상실과 스스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이 소설은 2000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처음 실렸으며, 단순한 서사가 아닌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소설의 시작은 한강의 어머니가 두 아이를 잃는 고통을 묘사합니다. 이 상실의 경험은 작가가 자신의 임신을 통해 새롭게 해석됩니다. 생명과 모성의 심리적 무게를 그리며, 상실과 회복을 통해 모성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한강은 임신 중 자신의 신체와 감정의 변화를 ‘초능력’으로 묘사합니다. 단순한 생리적 변화에 국한되지 않고, 새 생명을 품으며 자신의 내면이 성장하는 과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묘사는 부모됨이 여성의 정체성과 감정을 풍부하게 확장하는 여정임을 보여줍니다.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남편과의 대화입니다. 남편은 “여름의 수박, 봄의 참외, 빗소리와 눈 내리는 풍경처럼 세상엔 아름다운 순간들이 많다”며, 그러한 순간들을 아이에게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 대화는 한강이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되며, 부모됨이 의무가 아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이는 경제적 부담과 정서적 스트레스로 인해 자녀 계획을 미루는 현대 부부들에게, 행복이 꼭 완벽한 조건 속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작가는 부모가 되는 과정에서 인생이 자신의 의지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러한 성찰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양육이라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격려합니다. 부모됨을 기쁨의 원천으로 인식하는 이러한 메시지는 저출산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다가옵니다.
『침묵』은 부모됨이 단순히 경제적 부담이나 사회적 책임이 아닌, 삶의 기쁨과 성찰의 여정임을 보여줍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 외에도 부모 역할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문화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양육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부모됨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정책적 지원이 중요합니다.
한강의 『침묵』은 작은 일상의 기쁨 속에서 부모됨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며, 저출산 문제 해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부모로서의 역할을 기쁨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심리적·문화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